며칠 전, 늦은 밤 강남역 사거리를 차로 지나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. 이 도시는, 그러니까 서울의 이 특정 구역은 어쩌면 잠드는 법을 영영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… 약간은 과장된 생각 말이죠. 쉴 새 없이 번쩍이는 간판들과 그 늦은 시간에도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, 현대인들이 겪는 피로감이라는 게 단순히 육체적인 것을 넘어서 어떤 신경학적인 고갈 상태에 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.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.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통제하고 억누르는 데 사용하니까요.
흥미로운 모순이 하나 있는데, 인간은 극도로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항상 무조건적인 고요함만을 찾지는 않는다는 겁니다. 가끔은—아니, 어쩌면 생각보다 꽤 자주—우리는 일상의 압박감을 완전히 덮어버릴 만큼 강렬하고 즉각적인, 전혀 다른 종류의 자극을 갈망합니다. 눈눈이눈이라고 해야 할까요. 피로를 더 강한 감각적 자극으로 상쇄하려는 본능 같은 것이죠.
정직해진 욕망의 공간들
이런 관점에서 볼 때, 최근 이 지역의 엔터테인먼트 공간들이 자신들을 규정하고 설명하는 방식은 꽤나 노골적이고, 동시에 놀랍도록 정직해진 것 같습니다. 과거에는 그저 화려함이나 은밀함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로 공간을 포장했다면, 이제는 훨씬 더 직관적입니다.
예를 들어, 강남도파민 같은 곳을 보면 이름에서부터 이미 그 공간이 존재하는 목적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. 복잡한 수식어 없이, 그저 치열한 하루를 보낸 현대인들이 가장 결핍을 느끼는 그 신경전달물질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겁니다. 사실, 처음 그 직설적인 네이밍을 접했을 때는 속으로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만… 다시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 복잡한 도시에서 이보다 더 완벽하게 본질을 꿰뚫는 설명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. 포장을 벗겨내고 정확히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제공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들리기도 하니까요.
분석을 멈추고 순간을 마주하는 일
물론 제가 이런 밤의 문화나 사람들의 심리를 너무 건조하고 분석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. 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제 직업병 같은 것이고, 때로는 어떤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깊이 파고드는 게 오히려 본질을 흐리기도 하죠.
결국 사람들이 주말 밤의 그 엄청난 교통체증을 뚫고,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며 화려한 조명 아래로 모여드는 이유는 아주 단순할지도 모릅니다. 그저 완벽하게 세팅된 공간에서, 내일의 날짜나 미뤄둔 업무 같은 복잡한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그 순간의 기분에 몸을 맡기는 것 자체가 절실하게 필요한 법이니까요. 강남의 밤문화가 이토록 거대하고 또 아주 정교하게 유지되는 이유 역시, 수많은 사람들이 강남도파민 같은 공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그 짧고 강렬한 해방감이 그만큼 우리 삶에 필수적인 환기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.